[물향기편지] 한글날에 훈민정음 상주본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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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1

[물향기편지] 한글날에 훈민정음 상주본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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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글날에도 훈민정음 상주본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상주본을 소장한 배익기 씨는 어제 방송에 나가 10년간 해오던 주장을 반복하며 문화재청이 사과하고, 천억을 주면 국가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결국 돌려주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대법원이 국가 소유로 판결 내린 상주본은 법과 원칙대로 환수하는 방법 외에는 도리가 없고 나는 환수 시점을 이번 한글날까지로 제안한 바 있다. 한글날을 넘겼으니 대법원이 판결한 대로 문화재청이 상주본 환수 절차를 집행해야 할 것이다.

내가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국정 농단으로 시국이 혼란스러웠던 2016년 겨울이다. 수년간 문화재청과 배익기 씨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때 상주본의 평화로운 국가 환수를 위해 그저 배씨를 설득하면 될 것이라고 순진하게 판단했다. 나의 역사 멘토인 한신대 교수이자 역사학자 김준혁 박사와, 고향이 상주이자 본인의 누님이 배씨와 친분이 있다는 안원구 국장이 배씨를 먼저 만나기로 하고 상주로 내려갔었다. 나도 함께 만나고 싶었으나 김 교수와 안 국장이 먼저 배 씨의 의중을 파악한 후 나서는 것이 순서라고 판단했지만 상주 회동의 결과는 허사였다. 이후에도 여러 경로로 배씨를 설득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짐작건대 배씨에게 상주본은 그의 인생이 걸려있는 듯, 집착이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배익기 씨를 불러 그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원하는 바를 국민들과 국회의원, 그리고 장관과 문화재청에게 말하도록 판을 깔아주었다. 나와 배씨 사이의 중재는 김준혁 교수가 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배씨의 애국심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그의 양심을 믿었다. 그런데 국감장에서 그의 발언은 나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고, 나는 그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민족의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을 소장한 배씨가 “천억을 주어도 팔지 않겠다”라고 한 발언은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배씨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할 기회를 주고자 했던 위원장의 어려운 결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상주본은 내 것이니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국정감사장에서 던졌다. 참으로 황당했고 난감했다.

국정감사 후 한 스님의 제보로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경북 영천에서 평생 서지를 연구해온 스님께서 상주본은 인위적으로 태워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셨다. 나는 즉시 영천으로 내려가 스님께 시연해주실 것을 요청했고 반각 모양으로 태워진 상주본은 절대 자연 방화로 태워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문화재청에 소견을 물었는데 의외로 자연 방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여름에는 jtbc 탐사 프로그램인 스포트라이트에서 이규연 국장이 직접 영천 영화사에서 시연 장면을 찍어 방영하기도 하였는데, 이를 본 분들은 인위적 방화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2015년 3월 배익기 씨 자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부 불에 그을린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 / 원본 및 출처 : 배익기 씨

대법원이 지난여름 훈민정음 상주본의 소유는 국가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소유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지만 배씨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배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원본 공개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배씨가 만나자는 제안을 보내와 내가 받아들여 약속을 했지만 그는 약속을 하루 전에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그리고 한동안 잠수를 타던 배씨가 한글날 전날 방송에 나와 자신이 십 년 동안 하던 주장을 되풀이하는 촌극을 벌이는 장면을 보고 실소가 절로 나왔다. 원본 공개를 거부하면서 앵무새처럼 십 년 동안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배씨의 진실은 무엇일까? 원본이 심각히 훼손된 상태라서 공개할 자신이 없거나, 33장이던 원본의 상당수가 분실되었다든가, 아니면 자신이 소장하고 있지 않거나 하는 등 여러 추측과 의심을 하게 하는 것은 배씨의 상식을 벗어난 언행 때문이다.

배익기 씨는 어떤 사람일까? 나의 결론은 그는 훈민정음 상주본에 관한 집착이 상상을 초월한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상주본은 크게 훼손되어 가고 있고 총 33장 중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배씨의 농간에 휘둘리는 것은 국가 사회적 에너지 낭비이다. 한글날을 넘긴 이상 문화재청은 대법원의 판결대로 법적 집행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세종대왕이 명하신다.

“훈민정음 상주본을 환수하라”

더 큰 오산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국회의원 당선자 안민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