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향기편지] 거창고에서 오산교육을 생각하다.

온 산이 오색빛깔로 단장하고 맵시를 뽐내는 늦가을입니다. 각각의 아름다운 자태가 모여서 필설로 형언하기 어려운 절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오산의 학부모들과 함께 거창고를 다녀왔습니다. 거창고는 인구 6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에 있지만 전국적으로 인성교육을 중시하면서도 대학 진학 성적도 뛰어난 학교로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명문학교라고 평가받는 학교는 공부에 치중해서 입시학원처럼 대학입시만을 목표로 운영되어 교육의 본질을 찾아보기 힘든데, 거창고는 개교부터 지금까지 60여 년을 변함없이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40여 년 전에 고인이 된 설립자 정영창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을 아직도 계승하려는 거창고의 노력은 참교육을 실천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학교입니다.

오늘 거창고 견학의 안내는 오산고 교장으로 퇴임하신 고승안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고승안 선생님은 거창고에서 교감을 하시고 저와의 인연으로 2007년부터 오산고 교장을 하셨습니다. 당시 오산고 교장을 추천해달라는 오산학원 재단의 요청을 받았는데 지역에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오산고가 거창고처럼 인성과 학업을 동시에 쫓는 명문고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거창에 내려가 거창고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선생님을 오산고 교장으로 추천받았는데 그분이 바로 고승안 선생님이었습니다. 또 세마고 초대 교장을 역임하신 이건 교장 선생님은 고승안 선생님께서 적극 권유한 분이니 거창고ㅡ오산고ㅡ세마고의 인연의 고리가 이어지게 된 셈입니다.

오늘의 거창고를 만든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교사들의 헌신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거창고 교사들은 학생 자율을 중시하는 교육, 학생들을 귀하게 여기는 교육,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교육을 거 행함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진리를 몸소 보여주는 거창고 교사들을 보면 머리가 절로 숙여집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존중하니 학생들 또한 선생님을 당연히 존경하는 거창고 문화는 우리 시대 학교의 표상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에 거창고 교사들처럼 사명감과 헌신으로 교단에 있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지금 수시, 정시 비율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정작 교육의 본질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으니 우리 교육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는 초선 시절부터 거창고에 버금가는 이른바 ‘수도권 거창고’를 오산에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해왔습니다. 인성과 학업을 동시에 추구하는 고등학교는 모두가 원하는 우리 시대의 바람직한 학교지만 정작 그런 학교가 별로 없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 현실입니다. 거창고 교감 출신인 고승안 선생님이 오산고 교장을 4년간 맡았지만 대외적인 여건으로 인해 고승안 선생님의 교육철학을 실현하는데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것이 항상 아쉽습니다. 지금은 전국 명문으로 부상한 세마고를 오산에 유치했던 것도 ‘수도권의 거창고’가 되기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세마고 초대 교장을 역임하신 이건 교장선생님 역시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교육자이시지만 지난 세마고 10년 역사를 되돌아볼 때 세마고가 거창고처럼 인성과 학업 두 마리를 토끼를 쫓는 학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산은 10년째 교육혁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본질은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기여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공교육에서 가르쳐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즉 인생이 풍요롭도록 평생 즐길 수 있는 악기,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운동, 그리고 글로벌 시대에 평생 활용할 수 있는 외국어, 이 세 가지를 가르치는 것이 풍요로운 인생을 살게 하는 학교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을 욕망과 경쟁의 늪 속에 가두어놓은 입시 위주, 암기 위주의 교육을 혁신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산의 모든 아이들은 건강한 삶을 살면서 평생 즐길 수 있는 수영과 통기타를 배우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아주 행복해합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1인 1외국어를 실현하기 위해 오산시와 오산교육재단에서 협력하고 있는데 운천초, 대호초, 원일초, 화성초, 고현초의 시범운영이 성공하면 내년부터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오산의 모든 아이들이 평생 즐기고 활용할 수 있도록 악기, 운동, 외국어를 학교에서 배우게 되면 거창고의 혁신교육이 오산에서도 실현될 것입니다.

거창고가 대한민국 공교육의 민들레 홑씨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었듯이, 오산의 혁신교육이 관내 학교가 해야 할 역할과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교다워야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가 학교다웠던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정시 확대가 교육의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들도 있습니다. 다수의 교육전문가들이 정시 확대는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아 강남 8학군을 비롯한 성적 위주의 수월성 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시(수능) vs 수시(학종)의 프레임이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입시제도의 개선보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도록 하는 국가교육정책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가을 산은 각각의 자태가 모여 더욱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각자도생의 경쟁에 매몰되어 있는 가슴 아픈 가을입니다.

더 큰 오산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국회의원 당선자 안민석 드림